그들에게는 유시민이 필요하다.
명색이 大통합을 하자면서 특정인에 대한 배제를 운운하는 것은 명분 없는 짓이다. 특히 피선거권에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는 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두고 왈가왈부하면서 “불출마 선언을 전제로 대통합에 끼워주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금도를 넘는 행패이다. 또한 몇몇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뜻”을 운운하면서 유시민 의원을 압박하는 것도 온당치 못한 일이다.
유시민은 불온하다.
어쨌든 우리 정치권 안에 유시민 의원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속칭 ‘왕따’라고도 하고 흔히 ‘이지메’라는 일본어로도 표현되는 집단따돌림 현상은 “집단의 구성원 중 약한 상대 또는 집단의 암묵적인 규칙을 어긴 자를 집단 속에서 소외시키고 인격적으로 무시 혹은 공격하는 언어적, 신체적인 일체의 행위”로 정의된다.
내 생각으로는 유시민 의원에 대한 집단따돌림은 그가 ‘약한 상대’이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그가 가진 잠재력(정치적 의제 설정능력, 열광적인 지지자 그룹 등)을 시샘하거나 두려워했으면 했지, 결코 그를 만만한 상대로 여기지는 않을 터이다. 따라서 아마도 그에 대한 집단따돌림은 그가 ‘집단의 암묵적인 규칙을 어긴 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부터 유시민은 불온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2003년 면바지와 캐주얼 재킷 차림으로 ‘신성한’ 국회의 권위를 모독하면서 등장한 이래로, 그는 끊임없이 정치권의 권위주의와 비정상적인 관행들과 위선을 상대로 발칙한 도발을 자행해왔다.
그래서 나는 유시민 의원이 정치권이라는 집단의 암묵적인 규칙을 ‘어긴 자’일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어길 혐의가 있는 자’이며, 그것이 그에 대한 집단따돌림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좋은 게 나쁜 거다!
불온하다는 것 말고도 그가 어긴 ‘암묵적인 규칙’이 또 하나 있다. 어쩌면 가장 결정적인 것인데, 바로 ‘침묵의 카르텔’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권의 부정직한 관행들과 음습한 비밀들을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못 본 척 넘어가지 않았다.
어느 집단이든지 자기들끼리만 알고 넘어가고 싶은 일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발설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특히나 예로부터 ‘체면’과 ‘의리’를 숭상해온 우리사회에서는 ‘침묵의 동맹’을 깨뜨린 내부고발자에 대해서 결코 자비롭지 않다.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유시민 의원은 대충 덮고 넘어가야 할 정치권 내부의 일을 국민이나 당원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는 못 믿을 자이다.
제왕적인 보스와 검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당, 당비 내는 당원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정당을 만
한마디로 ‘동업자의식’이나 ‘공범의식’이 전혀 없는 그를 어느 정치인인들 미워하지 않겠는가?
어느 후배 정치인이 그를 두고 “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고 했던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 충언을 했던 후배는 “옳은 말”은 간 데 없고 “싸가지 없다”만 회자되면서 두고두고 주홍글씨로 남는 정치권의 생리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으리라.)
현장부재증명(알리바이)
요즘 들어 ‘유시민 왕따’의 새로운 (그리고 절박한)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자신들은 참여정부와 관계없다는 ‘현장부재증명’, 즉 알리바이다.
참여정부와 집권여당에 참여했던 이들 중에서도 패배주의에 빠져 스스로 “국정실패”를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민주개혁세력의 집권 기간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되찾고 바로세운 10년’이었노라고 당당하게 나서기를 포기하고, 자신들이 참여정부와 관련 없음을 호소하며 국민들에게 면책을 신청하기 바쁘다.
“국민여러분께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시고, 유시민은 ‘노의 남자’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진작부터 참여정부와 갈라섰고 이번에 ‘대통합’하면서 유시민은 안 끼워 줄 겁니다. 그러니 제발 우리까지 미워하지는 말아 주세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다.
바로 그래서 그들에게는 유시민이 필요하다.
대신 남아서 돌팔매를 고스란히 맞아줄 속죄양으로서.
그런데 장관직을 마치고 돌아온 유시민 의원이 ‘철이 들어서’ 예전처럼 혈기 왕성하게 대들지 않으니 그들은 은근히 불안하다. 혼자서 열린우리당을 끌어안고 옥쇄해주면 딱 좋겠는데, ‘대통합’에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자꾸 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또 다시 왕따와 발길질이 시작되었다.
“우리끼리 갈 테니 넌 좀 빠져. 그래야 우리가 살아!”
이른바 ‘배제론’이다. 그들에게 유시민 의원은 ‘배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람’이다!
이광철 /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이광철 의원이 7월 13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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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게 나쁜거다... 라는 말이 와 닿는다.
초등학교 때 우리반 아이가 선생님에게 "좋은게 좋은거쟎아요~" 라고 말했다가
엄청나게 혼나는걸 보고 그게 그렇게 심한 말인가 생각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어린아이가 가져서는 안되는 정말 순수하지 못한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노발대발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그 때 그 선생님은 지금 뭐하고 계실까?...
전화해볼 용기는 안난다. ㅡㅡ;;